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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 청해진해운 사고 선박 구입 때 100억 대출

산업은행, 청해진해운 사고 선박 구입 때 100억 대출 '특혜 의혹'당시 부채비율 278% 불구 정책금융만으로 세월호 수입
장부가 1000원짜리 선박에 24억원 담보액 설정도
경향신문|강진구 기자입력 14.04.20 21:37 (수정 14.04.20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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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를 들여온 청해진해운에 산업은행이 100억원을 융자해준 경위에도 의혹이 쏠리고 있다.

청해진해운은 2012년 일본 마루에 페리사로부터 18년간 사용한 세월호를 116억원에 사면서 산은에서 100억원을 대출받았다. 정책금융에 의존해 사실상 자기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세월호를 수입한 것이다. 산은은 "청해진해운과는 2001년부터 거래를 해왔고 과거 현금 흐름을 감안할 때 충분한 상환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은의 설명과 달리 청해진해운은 세월호 수입 당시 심각한 경영상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세월호 도입 1년 전인 2011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청해진해운은 자본금 47억원에 부채 131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78%에 달했다. 영업적자 5억1000만원에 당기순손실도 11억원에 달했다. 특히 청해진해운은 거가대교 관련 사업으로 40억원, 수륙양용버스 수입이 지연되면서 생긴 분쟁으로 14억원의 소송을 벌이고 있었다. 이래저래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산은이 뭘 보고 청해진해운의 현금 흐름이 개선될 것으로 믿었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특혜대출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청해진해운이 세월호를 구입하기 전 갖고 있던 선박 4채의 장부상 가격은 70억원에 불과했다. 영업적자에 허덕이던 중소 해운업체가 총 보유선박 가격의 2배에 가까운 116억원을 주고 세월호를 새로 구입하는 데 산은이 100억원을 빌려준 것은 아무래도 정상적인 대출로 보기 어렵다. 산은은 당시 청해진해운이 보유한 선박들의 담보능력을 장부상 가격보다 2배 이상 높게 평가했다. 세월호를 뺀 선박 4채의 가격은 70억원이지만, 산은은 167억원의 담보금을 설정해줬다. 특히 2013년 기준 데모크라시1호의 장부 가격은 1000원으로 사실상 자산가치가 없는 '폐선'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 배에 산은이 설정한 담보액은 2억4000만엔(약 24억원)이었다.

곳곳에서 대출의 허점과 의혹이 제기되는 데 대해 산은은 "대출과정에서 규정에 어긋난 부분은 없다"는 입장이다. 산은이 세월호에 적용한 대출 방식은 2019년까지 2년 거치 5년간 분할상환하는 조건이었다. 산은 측은 "세월호가 제주~인천 구간에 취항하고 운항료가 9% 인상되면 충분히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안해운사업이 고전하는 업황이나 세월호 도입 직전 영업적자에 허덕이던 회사 상황을 감안하면 청해진해운이 7년 안에 100억원의 원리금을 상환하는 것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청해진해운이 2012년 10월 일본에서 18년간 쓰던 세월호를 구입해 객실을 늘리는 증개축을 거쳐 불과 5개월 만인 2013년 3월 첫 취항에 나섰고, 이번에 안갯길에 출항을 서두르다 사고가 난 것도 이러한 무리한 대출과도 무관치 않다고 할 수 있다.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진행된 세월호 여객사업에는 갚아야 할 '급한 부채'가 얹혀 있었던 것이다.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