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겨울의 복판에서(신영복)




항상 세모에 읽어보는 글귀가 있습니다.

신영복 교수님의 옥중 서신 중 일부입니다. 


  겨울의 복판에서(1984년 12월 28일, 대전에서)


  새해가 겨울의 한복판에 자리 잡은 까닭은 낡은 것들이 겨울을 건너지 못하기 때문인가 봅니다.

  낡은 것으로부터의 결별이 새로움의 한 조건이고 보면 칼날 같은 추위가 낡은 것들을 가차 없이 잘라버리는 겨울의 한복판에 정월 초하루가 자리 잡고 있는 까닭을 알겠습니다.

  세모에 지난 한 해 동안의 고통을 잊어버리는 것은 삶의 지혜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것은 용기입니다.

  나는 이 겨울의 한복판에서 무엇을 자르고, 무엇을 잊으며, 무엇을 간직해야 할지 생각해 봅니다.

  (후략)